변화된 환경에 놓여지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심지어 환경의 변화가 일시적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2024년은 저에게 있어서 그런 한 해였습니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 해보지 못한,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오지 않을 한 해가 되었습니다.
저는 작년 10월에 입대해서 내년 4월 전역을 앞두고 있는 군인입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 가지게 되는 기간이지만 저에게는 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제가 카투사로 입대했기 때문입니다.
해외 경험이 전무했던 저에게 있어서 미군들과 일을 하고 생활하는 경험은 매우 힘들고도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2024년은 23년 입대 후 2달 간 훈련소를 마치고 군인으로 온전히 1년을 보낸 유일한 한 해입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제가 느낀 바를 회고해보고자 합니다.
군대라는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매우 엄격한 계급 체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병사 기준으로, 이 계급은 매우 빠르게 변화합니다.
1년 전 이등병에 불과했던 저도 어느새 지금은 병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빠른 계급의 변화는 병사들에게 해당 계급에 해당하는 빠른 태도 및 자세 변화를 요구합니다.
내가 일병이 됐다면 이등병때와는 다른 모습을, 상병이 됐다면 일병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등병이 상병처럼 행동하는 것이나 상병이 이등병처럼 행동하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태도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회에서는 사원, 대리, 과장 등의 직급 별 책임과 자세가 다르게 배정되고,
학교에서는 아무리 빠른 변화라 할지라도 1년 단위로 학년이 달라지며 변화가 생깁니다.
그러나 군대는 몇 개월 단위로 계급이 바뀌고 1년 내에 가장 아래 계급부터 가장 높은 계급까지 모두 경험하게 됩니다.
이 과정 속에서 선임의 명령을 듣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태도도 갖추어 보고 나중에는 후임을 다루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역할도 맡게 됩니다. 중간에서는 선임과 후임 사이에서 상황을 조율하는 역할도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자신이 현재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더 집중하게 되고 그런 것들에 집중했을 때 가장 높은 퍼모먼스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군대는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왔든, 어떤 학교를 다녔든, 나이가 어떻든 간에 모두가 정해진 계급 체계에서 일을 맡게 됩니다.
이것을 인정하지 못한 사람들은 군대에 적응하기 힘들게 됩니다.
내가 다른 곳에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건, 어떤 일을 하고 오던 상관없이 지금 내가 속한 이 곳에서 나의 위치에 맞는 행동을 할 때 제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고 얻어 가는 것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을 느끼고 나니 제 스스로의 태도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군 입대 전 나는 과연 조직에서 내 위치에 맞는 역할을 잘 수행했는가 스스로 물어본다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난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 '이 일보다 나에게 더 중요한 일이 많으니 대충하자' 라는 태도로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내 몸이 지금 있는 곳과 나의 생각과 에너지가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다 보니 그 괴리감 속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이도저도 아닌 퍼포먼스를 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몸은 제 위치에 있지만 생각이 다른 곳에 가 있으니 집중이 안되고,
집에서는 생각과 에너지는 있지만 몸이 피곤하니 실행이 안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현실은 이제 막 2년 차에 접어든 일개 사원이었지만 이상은 성공한 억만장자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태도라면 내가 지금 내 목표에 다가선다 할지라도 그 상황에서도 또 다른 이상에 내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가 지금 위치한 곳에 집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2023년도 회고록을 오랜만에 열어보니 그런 말이 많았습니다.
실행력과 꾸준함, 전략으로 나만의 성공 루트를 만들어 나의 목표에 투자하겠다.
그러나 24년 한 해동안 이런 경험들과 생각을 하고 나니 일단 내가 위치한 곳에 내 에너지를 집중해보자라는 결심이 섰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또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게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당장 1년 전만 하더라도 A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B가 정답이라고 느껴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또 지금 B라고 생각했던 것이 C로 변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 기대감 등 복합적인 감정이 함께 느껴지는 것도 참 오묘하면서도 좋습니다.
올 한해를 돌아보니 당시 겪던 걱정들, 고민들이 지나고 보면 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생각하고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나 자신에게 매일 감사하는 기분도 느낍니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인생에 전혀 도움될 것 같지 않던, 시간 낭비만 같던 군대가 이렇게 많은 의미를 준다는 것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험을 하는 지 보다 어떻게 받아들이냐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내가 겪게 될 변화들, 경험들을 생각하면 느껴지는 이 간질간질한 긴장감이 더 이상 두려움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걱정보단 설렘 가득한 이 감정 그대로 2025년을 맞이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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