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오랜만에 쓰는 회고 글이다.
1분기 회고를 쓴 이후로 2분기 회고 글을 쓸 타이밍을 놓쳤는데, 놓쳤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두 분기 정도가 넘어가면 사실 초반 기억은 가물가물해지고 당시에 느꼈던 것들이나 생각들을 생생하게 담아내지 못한다.
그래도 6개월이라는 길고도 짧은 기간을 다시 돌아보며 글을 써내려 가본다.
2026년 2,3분기는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쁜 기간이었을 것이다. 정말 온전히 쉬었다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가장 큰 요인은 아마 직장과 병행하기 시작한 학교생활이 아닐까 싶다.
회사와 학교를 오가며 생기는 육체적 부담에 밀려들어오는 과제, 팀플, 시험에 대한 부담 등 온갖 짐을 진 채로 살아가는 기분이란 썩 좋진 않았다. 내 시간이 없는 삶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해 본 것 같았다.
이런 시기를 스스로 견딜 수 있었던 건 내 오기 덕이었다. 초반에 할만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싶어서 더욱 티를 내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내가 고작 이런 것도 못 버틸 리 없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냈고 그렇기에 그 끝에 온 종강이 무엇보다 달콤했다. 결과적으론 이 마인드가 날 살렸다. 내가 무너지지 않게 지지해 준 강력한 요인은 그 무엇도 아닌 나의 '자존심'이었다.
늘 나는 쓸데없는 자존심이 스스로를 망친다는 생각에 겸손이라는 가면을 쓰고 나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내 알량한 자존심이 절대 내 외면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했다. 자존심을 곧 적으로 여겼고 절대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될 나의 약점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안에서 나의 장점의 연료로서 사용할 때 이만큼 잘 타는 땔감은 없구나 싶기도 했다.
어쩌면 나의 강력한 끈기와 인내는 내가 그토록 경계했던 나의 작은 자존심으로부터 나오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자존심을 숨기고 가리기 보단 나를 발전시키는 재료로 사용하는 법을 배운 듯하다.
어쨌든 이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8월부터 또 새로운 페이즈가 시작된 느낌이기도 하다.
대훈이와 본격적으로 같이 일하게 되는 계기가 생겼다.
사실 그전까지 난 더 이상 인생에 무언가를 추가할 수 없는 상태로 여겨왔다.
마치 조금의 공기라도 넣는다면 터져버릴 것만 같은 상태의 풍선처럼 말이다.
대훈이와 함께 일하는 건 원래 1년쯤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이고.. 나는 2년 정도 뒤에 합류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대훈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만 같더라.
결론은 이것이다. 과연 2년이 지나면 난 지금과 다를 것인가?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똑같을 것 같았다. 난 그때도 2년 뒤를 바라보며 평생 오지 않는 날을 위해 살아가는 삶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난 미지의 두려움으로 그저 변화를 미루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알았다면, 그리고 느꼈다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맞다.
난 즉시 대훈이의 협업 제안을 수락했고 지금부터 같이 일을 시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공기가 더 들어갈 수 없는 풍선이라고 생각했지만 더 들어가더라. 꾸역꾸역 넣으면 들어간다.
사실 이렇게 끼워 넣고 더 불태울 수 있었던 건 순수 재미였다.
그저 재밌었다. 하고 싶은 일, 재밌는 일을 할 때 내가 어떤 모습인지 느낄 수 있었다. 회사 일을 할 때와는 임하는 자세부터 시작해서 쏟는 시간, 집중도가 몇 배는 더 높았다.
확실히 피부로 느껴보는 게 맞았다. 해보지 않았다면 난 또 2년 뒤만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피부로 느꼈고 손에 쥐고 싶어졌다. 손에 닿지 않을 것만 같던 '2년 뒤'라는 존재가 당장이라도 마주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대훈이라는 사람을 곁에 쭉 두고 싶은 이유도 이런 것이다. 그는 나를 깨우는 사람이다. 일어나야 할 때를 알고 해야 할 것을 알기에 주저 없이 나를 깨울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실이 더욱 나를 불태운 것도 있다.
이 글에선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그때의 기분은 어땠는지를 적는 것이 아닌 큰 느낌 위주로 적어보았다.
뒤를 돌아보는 게 아니라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낀다. 난 이 바람을 타고 날고 싶다.
지금 부는 바람은 나를 날 수 있게 만드는 바람인 것 같다. 별 근거는 없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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