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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RIENCE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나는 해외 축구를 즐겨본다. 

최근 토트넘과 맨시티의 경기가 있었는데, 여기서 토트넘이 이길 시 챔피언스리그라는 큰 대회에 진출할 확률이 높아지고 맨시티가 이길 시 당시 1위 팀이었던 아스날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결과적으론 토트넘이 패배하여 챔스 진출은 좌절되고 맨시티는 아스날을 제치고 우승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토트넘 팬들은 이번 경기 패배로 인해 챔스가 좌절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스날의 우승을 저지했다는 것에 만족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토트넘과 아스날은 같은 북런던을 연고로 하는 팀이라 아주 강한 라이벌리가 있는 팀들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스날이 우승하는 꼴은 차마 볼 수가 없는 팀인 것이다. 

 

또 최근에는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경기를 즐겨보고 있는데, MSI 국제 대회에서 T1 팬들과 Gen.G 팀 팬들의 라이벌리가 아주 치열하다.

각 팀의 팬들은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보다 상대 팀을 까 내리기 바쁘다. 라이브 경기 채팅창은 보기 힘들 정도이다.

특히 이 대회에서 Gen.G가 중국 팀과 결승전을 치는데 T1 팬들은 중국 팀을 응원하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이렇게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심리를 나타내는 상황을 많이 겪었다.

이러한 심리를 나타내는 단어로 샤덴프로이데라는 독일어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위 사례처럼 스포츠 경기와 같은 강한 라이벌리가 형성되어 있는 사이에서 크게 느낄 수 있다.

 

꼭 평소 라이벌 관계가 아니더라도 성공한 동창을 만났을 때 배가 아프다거나, 반대로 실패한 동창을 보고 은근한 통쾌감을 느낀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겠다. 

이는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당연히 느끼게 되는 현상인 듯 하다. 역사적으로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다수의 위인들도 샤덴프로이데를 겪었다는 사례는 쉽게 접할 수 있다.

 

나만 잘하면 될 텐데, 인간이 이런 감정을 느끼도록 설계된 의도는 무엇일까?

추측으로는 인간의 자존감 형성을 위한 중요한 장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인지하고 남들의 불행과 실패를 보고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본능과 같은 것이다. 또한 경쟁 관계에 있는 경우 내가 경쟁 상대를 밟고 올라갈 수 있다는 상황에서 당연히 느껴지는 쾌감으로도 볼 수 있다. 

진화적 관점에서도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남들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 생존과 번식 욕구를 지켜 나간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지 마라, 스스로에게 집중해라 등 샤덴프로이데를 경계하기를 권장하는 말이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나 또한 샤덴프로이데를 수시로 느끼며 이를 경계하고는 있다만 그게 쉽지는 않다. 따라서 이는 인간이 가지는 당연한 본능임을 인지하며 이를 억누르기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출하는 방향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샤덴프로이데를 통해 느껴지는 열등감, 분노 등을 공격적으로 표현하기보단 나의 자존감은 지키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갖기 위한 무기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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